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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부끄러운 것이었다

한겨레교육

0교시 페미니즘

생리통이 무척 심하다. 진통제로 견뎌보려다 아이들에게 감정 제어 못 하는 모습을 보이고 나서 내 한계를 인정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복통’이 심하니 배려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게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3~4일간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급기야 이듬해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해 기존 반 학생이 작성하는 ‘우리 선생님 설명서’에 ‘아이스크림 때문에 배가 자주 아픈 분’이란 설명이 올라가기에 이르렀다. 그냥 생리통이라고 말하면 될 걸 왜 복통으로 얼버무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마 대한민국 성인 여성이라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었다. 남교사에게는 에둘러 ‘복통’이라고 말해야 했고 여교사나 여자 친구들 사이에선 ‘그날’이나 ‘마법’ 같은 말을 사용했다. 생리대는 밀수품이라도 되는 양 숨겼고 가게 주인은 생리대를 사겠다는 나를 위해 특별히 검은색 비닐봉지를 꺼내주었다.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리대 처리법은 놀랍도록 자세히 배웠지만 정작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엇인지, 통증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하고 생리용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진정한 여성’이 되었으니 더욱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 사용한 생리대를 말아서 ‘성기가 닿았던 부분’이 절대 보이지 않도록 버려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었다.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학교도 사회도 그에 대한 지식보다 그것을 들켜 남성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한 방법을 가르쳤다. 이렇게 생리의 당사자들이 아무도 생리하지 않는 척하는 사이 남성들이 만든 생리와 관련된 역겨운 용어들을 생각해보면 기도 차지 않는다.

사실 요즘엔 가르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생리 중이라 몸이 아프다고 말한다. “어제 발목을 삐끗해서 아파”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생리를 하는 우리 반 여학생들이 생리 때문에 몸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외로 보호자 가운데 진통제를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이유로 아이가 아파하는데도 약을 못 먹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처럼 생리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가 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어 벌어지는 비극이다. 아이가 다른 이유로 그렇게 아파한다면 당연히 병원에 갔을 텐데 원인이 ‘생리’가 되면 진통제도 먹지 말고, 평소 운동을 많이 해 애초에 통증이 없도록 해야 했다는 괴상한 논리가 등장한다.

내성이나 부작용이 고민된다면 산부인과에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학교는 통증 완화 방법과 생리 주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여러 가지 생리용품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생리 때문에 자신의 생활을 망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고 다른 몸의 병처럼 생리통도 꾀병이 아닌 엄연한 ‘통증’임을, 또 인간이라면 누구나 몸이 아플 때 일이나 학업을 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다음 세대가 여성의 몸에서 벌어지는 생리 현상을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하는 일은 분명 생리대 처리법보다 더욱 중요한 성교육의 목표일 것이다.

서한솔(서울 상천초등학교 교사, 초등성평등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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