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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밭에 머무는 시간 “딱 너의 숨만큼만”

‘물숨’ 고희영 감독이 쓰고 

스페인 화가 알머슨이 그린 

제주 바다 해녀 3대 이야기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영어번역본)/난다·1만3500원

광활한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면서 전복과 해삼 같은 해산물을 캐내는 해녀. 우리는 그들을 강인함과 억척스러움이라는 이미지로 바라보지만, 그들의 세계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보석 같은 삶의 지혜가 숨어 있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는 제주 여성 삼대의 이야기와 그들 삶에서 길어올린 통찰력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은 책이다.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장인 정신으로 해녀에 관한 다큐멘터리 을 만들었던 고희영 감독이 글을 쓰고 ‘행복을 그리는 아티스트’로 유명한 스페인의 화가 에바 알머슨이 따뜻한 그림을 그렸다. 의 더빙을 맡았던 안현모 전 (SBS) 기자가 옮긴 영어번역본을 수록했다.

이야기 화자는 해녀 엄마와 할머니를 둔 여자아이다. 아이는 엄마와 할머니를 보며 신기해한다. 자신은 목욕탕 물속에 몸만 푹 담가도 숨이 탁 막히는데 엄마와 할머니는 어쩌면 그렇게 오래 바다에서 숨을 참을까. “내내 숨을 참았다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몰아 내쉬지. 돌고래처럼 말이야.”


‘호오이~ 호오이~’ 하는 숨비소리는 아이에게 엄마와 할머니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이는 공기통을 쓰면 안전한데 왜 쓰지 않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이어온 해녀들끼리의 약속을 전한다. “우리들은 바다를 바다밭이라고 부른단다. 아기 전복이나 아기 소라는 절대 잡지 않는단다. 바다밭을 저마다의 꽃밭처럼 아름답게 가꾼단다. 그 꽃밭에서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는 것이 해녀들의 약속이란다.”

해녀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과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손함,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정신과 육체적·정신적 강인함은 감동 그 자체다. 자연을 정복하려고만 하고, 점점 더 많은 것을 욕심내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지만, 옆집 언니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처럼 이야기는 다정하고 친근하다.

글뿐 아니라 그림을 보면서도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순간순간을 특별한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의 그림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용사 엄마의 긴 머리카락이 바다로 변해 소라 소리를 듣는 할머니와 연결되는 그림이라든가 바다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그것이다. 알머슨은 이 책을 위해 제주도 우도까지 직접 날아가 고희영 감독과 제주 바다의 해녀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한 뒤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해녀가 저를 영원히 바꾸어놓았다”는 한 스페인 화가의 해녀에 대한 깊은 존중감이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양선아 기자 , 그림 난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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