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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은 성격을 낳고, 성격은 행동을 낳는다

뇌과학자가 어릴적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탔던 성인을 대상으로 fMRI(기능성자기공명)를 찍은 결과 수줍음을 많이 탔던 사람들의 편도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활성화 되었다. 낯선 얼굴의 사진을 보여주자 두려움이나 경계심 등 부정적인 감정과 관계 깊은 편도체가 반응을 한 것이다. 어릴 적 수줍음을 유발하는 것이 뇌의 차이이고 그것이 20년이 지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아기들의 약 20%는 낯선 사람이 오면 뚜렷하게 반응했다. 팔다리를 마구 흔들어 대고 만나는 동안 1/3은 울어댔으며, 앉아있던 쿠션에서 몸을 일으켜 등을 뒤로 젖혔다. 그와 반대 특징을 보이는 40%의 아기들은, 대개 가만히 앉아있고, 별로 울지 않으며, 뒤로 등을 젖히지 않고, 자주 옹알거리며 웃었다. 이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연령이 되었을 때, 영유아 때 수줍음을 많이 탔던 아이들은 더 말이 없었고, 교사가 대답을 유도할 때 손들기를 거부했고, 수업시간에 잡담을 하거나 소리 지르지 말라고 하는 교사들의 규제에 더 잘 따랐고, 교실 뒤에 조용히 서 있으며 아이들을 관찰한 연구원에게 접근하기를 꺼려했다.

 영유아 때 별로 수줍음을 타지 않았던 아이들은 스스로 발표를 했고, 소리를 질렀으며, 그들 중 반 이상이 연구원에게 적어도 한 번 이상 곁에 왔다. 하버드대학의 제롬 케이건은 내성적인 아기는 반응성이 뛰어난 편도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포 반응을 심하게 나타내는 반면, 외향적인 아이들의 편도체는 예민하지 않아 호기심과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위험을 무릅쓴다고 한다. 이렇게 기질은 시간이 지나도 영향을 발휘한다. 행동은 성격에서 나오고, 성격은 기질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질은 일생을 두고 유지된다

신생아의 머리 위에서 모빌을 흔들어 보이면, 어떤 아기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어떤 아기는 호기심이 생겨 웃으며 앞으로 나가려 하고, 어떤 아기는 얼굴을 찡그리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싫어하기도 한다. 아기들이 동일한 자극에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뇌 속 뉴런에는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수용체가 있다. 아이마다 기질의 차이가 나는 것은 이 수용체의 위치가 다르거나 수용체의 농축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뇌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가 아이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 수용체를 통제하는 것이 유전자다. 이렇듯 기질은 유전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기질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엄마 뱃속의 환경에 영향도 받는다. 에모리 대학의 달린 프랜시스에 의하면 유전보다는 태내 환경과 출생 직후 환경이 태아의 기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스트레스 레벨이 낮은 어미 쥐가 잉태한 배아를, 스트레스 레벨이 높은 어미 쥐에게 대리출산하고 양육하도록 하였더니, 유전자가 동일한 형제쥐보다 스트레스 반응을 더 많이 보였고,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려는 의욕도 휠씬 적었다. 출생 후 어미가 돌봐주는 환경이 태내 환경과 합쳐져서 기질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기질은 아이의 감정이나 사회성을 지배하며, 출생 후 기질의 영향력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일생을 두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연구에 의하면 걸음마 단계에서 수줍음을 탔던 아이라면 유치원에 가서도 수줍음을 탈 확률이 60% 정도라고 한다. 또한 수줍음을 타지 않던 아이들 중 10% 정도만 유치원을 졸업한 후 수줍음을 타는 아이로 바뀌었다. 그러나 기질을 가지고 좋은 기질이냐 나쁜 기질이냐를 구별할 수 없다. 내성적인 기질이 필요한 환경이 있고 외향적인 기질이 필요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아이는 집중력이 뛰어나고 위험에 대한 반응이 커서 성실할 가능성이 많지만, 소극적이고 융통성이 적어서 사회성이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기질의 뇌, 성격의 뇌

기질은 유전에 의해 정해지고, 그 기질은 성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유전이나 기질이 성격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아이의 성격은 유전적인 기질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형성된다. 유전은 감성, 사회성, 공격성, 성실성 등과 같은 성격 특징의 50% 정도만을 결정한다. 나머지 성격은 삶의 경험, 즉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성격은 기질과는 다른 뇌의 부위에서 조절되는데, 기질은 주로 하부 변연계, 특히 편도체에 의해 정해지고, 성격은 뇌의 전체 영역, 특히 앞 쪽의 이마엽 부분이 관여한다. 이마엽의 발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격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 때로는 환경의 영향이 너무 강력해서, 변연계의 구조를 변화시켜 기질이 바뀌기도 하고, 같은 기질이라도 환경에 적응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을 나타내게 한다. 더구나 기질을 오랫동안 종단적으로 추적해보면 적어도 40% 아이가 자신의 기질이 가진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고, 기질을 긍정적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결국 기질은 그 자체로 드러나기 보다는 특정한 성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여줄 뿐이다.

스트레스는 두뇌 손상을 가져온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와 부모 사이에 기질이 충돌하면 아이는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근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여러 문제행동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많아지고 있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놀라서 교감신경계가 흥분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현상을 겪는다. 이어서 신체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몸이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계속되거나 적응이 어려울 경우, 활력에너지가 고갈되고 심리적으로 무력감이나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가만 있지 못하고, 짜증을 많이 낼 뿐 아니라, 뇌가 각성이 되어서 잠도 잘 못자고, 소화력도 떨어진다. 아이의 뇌는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지속되면 이마엽의 이성적인 기능뿐 아니라, 변연계의 감정조절 기능조차 약화되어 오직 생존을 위한 처리에만 급급하게 된다. 자연히 아이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을 보이며, 자기를 학대하기도 하는 등 학습장애가 생기기 쉽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갈등할 경우, 부모와의 관계는 아이의 뇌발달을 저해하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자. 아이의 기질을 존중하거나 수용하지 않고 부모가 마음대로 기준을 정해, 아이를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문제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아이는 부모에게 죄의식을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열등감이 생긴다. 아이는 부모와 사회에 대한 의심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하지 않으며, 공격적이고 산만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부모는 우선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잘 파악하고 그들의 개성을 존중하자. 어차피 아이에게는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므로,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질이나 성격은 형제끼리도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형이나 부모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 되리라 기대하고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그것은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이나 성격을 파악하고 수용하는 것이 부모가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이다. 내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을 알게 되면, 아이가 어떤 때,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알고, 아이의 스트레스를 파악하게 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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