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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수호의 하얀 말


죽음이란 아이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긴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죽음이라니. 아이에게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조차 부모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이도 죽음을 마주친다. 가족 중 누가 죽을 수도 있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수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죽음을 접하고, 드물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고로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오며, 돌이킬 수 없고, 죽은 다음엔 살아서 할 수 있던 모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죽음의 특징을 아이들이 처음부터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두 돌 전의 아이들은 아예 죽음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아이들에겐 지금 여기 있느냐 없느냐만이 중요하다. 세 돌 무렵이 되면 죽음을 이해하지만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죽어서도 계속 키가 크고, 먹고, 자고,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죽으면 끝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은 보통은 만 5살 무렵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때조차도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죽음이 올 수 있고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능하다.

오쓰카 유조가 글을 쓰고 아카바 스에키치가 그림을 그린 은 일곱 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이들과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이 무렵의 아이들은 죽음을 이해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받아들일 수 없기에 죽음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양치기 소년 수호는 들판에서 어린 백마 한 마리를 만난다. 이것은 그에게 닥친 커다란 행운이다. 말은 용감하고 빠르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수호는 사랑으로 말을 보살피고 형제처럼 지냈다. 어느 날 원님이 큰 상을 걸고 말타기 대회를 열었다. 수호도 나갔고 당당히 승리했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것은 말을 팔라는 원님의 명령. 형제 같은 말을 팔 수 없다고 버텼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질뿐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힘 있는 자들이 신의를 지키길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신의를 지킨 것은 오히려 수호의 하얀 말이었다. 하얀 말은 화살을 맞아가며 도망쳐 수호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화살을 맞은 말은 수호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분했을까? 이 부분을 읽어줄 때면 아이들도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말은 수호를 떠나지 않았다. 수호의 꿈에 나와 자기의 가죽과 뼈로 악기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러면 함께 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악기가 마두금이다. 악기를 연주하면 수호는 하얀 말이 자기 옆에 있는 듯 느껴졌다. 하얀 말은 음악으로 수호 곁에 남았다.

죽음이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별조차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이에게 이별은 단지 헤어짐이 아니다. 자기의 일부가 떨어져나가서 자기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직 타인과 자신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에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 사라질 때 아이는 자기의 일부가 잘못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를 내 곁에 두려 한다. 현실이 아니면 상상이라도. 그가 남긴 작은 물건이라도 자기 곁에 두고 싶다. 자기를 지키고 싶어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 죽음보다는 사랑이다. 나를 지켜줄 사람, 내 곁에 영원히 머물 사람이다. 조금 더 지나면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보석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 아이는 자기 내면에 보석을 채워야 한다. 하얀 말과 함께 달렸던 들판의 추억, 화살을 맞으면서 찾아온 하얀 말의 사랑이 그 보석이다. 부모와의 즐거운 시간과 부모의 헌신이 그 보석이다. 그래야 남이 없더라도 자기 혼자서 버텨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긴다. 그 힘이 생길 때 비로소 죽음이 조금은 덜 두려울 것이다. 오쓰카 유조 글, 아카바 스에키치 그림/한림·1만2000원.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한림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들려주는 좋은 그림책 이야기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연재입니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유명 그림책을 골라 그 속에 담긴 그림의 매력과 어린이들의 심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우리끼리 가자


죽음이란 아이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긴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죽음이라니. 아이에게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조차 부모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이도 죽음을 마주친다. 가족 중 누가 죽을 수도 있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수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죽음을 접하고, 드물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고로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오며, 돌이킬 수 없고, 죽은 다음엔 살아서 할 수 있던 모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죽음의 특징을 아이들이 처음부터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두 돌 전의 아이들은 아예 죽음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아이들에겐 지금 여기 있느냐 없느냐만이 중요하다. 세 돌 무렵이 되면 죽음을 이해하지만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죽어서도 계속 키가 크고, 먹고, 자고,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죽으면 끝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은 보통은 만 5살 무렵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때조차도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죽음이 올 수 있고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능하다.

오쓰카 유조가 글을 쓰고 아카바 스에키치가 그림을 그린 은 일곱 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이들과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이 무렵의 아이들은 죽음을 이해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받아들일 수 없기에 죽음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양치기 소년 수호는 들판에서 어린 백마 한 마리를 만난다. 이것은 그에게 닥친 커다란 행운이다. 말은 용감하고 빠르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수호는 사랑으로 말을 보살피고 형제처럼 지냈다. 어느 날 원님이 큰 상을 걸고 말타기 대회를 열었다. 수호도 나갔고 당당히 승리했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것은 말을 팔라는 원님의 명령. 형제 같은 말을 팔 수 없다고 버텼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질뿐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힘 있는 자들이 신의를 지키길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신의를 지킨 것은 오히려 수호의 하얀 말이었다. 하얀 말은 화살을 맞아가며 도망쳐 수호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화살을 맞은 말은 수호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분했을까? 이 부분을 읽어줄 때면 아이들도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말은 수호를 떠나지 않았다. 수호의 꿈에 나와 자기의 가죽과 뼈로 악기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러면 함께 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악기가 마두금이다. 악기를 연주하면 수호는 하얀 말이 자기 옆에 있는 듯 느껴졌다. 하얀 말은 음악으로 수호 곁에 남았다.

죽음이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별조차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이에게 이별은 단지 헤어짐이 아니다. 자기의 일부가 떨어져나가서 자기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직 타인과 자신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에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 사라질 때 아이는 자기의 일부가 잘못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를 내 곁에 두려 한다. 현실이 아니면 상상이라도. 그가 남긴 작은 물건이라도 자기 곁에 두고 싶다. 자기를 지키고 싶어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 죽음보다는 사랑이다. 나를 지켜줄 사람, 내 곁에 영원히 머물 사람이다. 조금 더 지나면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보석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 아이는 자기 내면에 보석을 채워야 한다. 하얀 말과 함께 달렸던 들판의 추억, 화살을 맞으면서 찾아온 하얀 말의 사랑이 그 보석이다. 부모와의 즐거운 시간과 부모의 헌신이 그 보석이다. 그래야 남이 없더라도 자기 혼자서 버텨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긴다. 그 힘이 생길 때 비로소 죽음이 조금은 덜 두려울 것이다. 오쓰카 유조 글, 아카바 스에키치 그림/한림·1만2000원.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한림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들려주는 좋은 그림책 이야기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연재입니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유명 그림책을 골라 그 속에 담긴 그림의 매력과 어린이들의 심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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